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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뭘까, 연애 2년 반하고, 지금 결혼생활 12년째로 아이 넷을 두고 있다. 연말이 되어서 이래저래 생각이 많아지는 센치한 날이다.
1. 결혼 전 사랑이란
a. 설렘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연애란 생각만해도 가슴이 쿵쾅거리는 설렘의 대명사다. 연애할 때는 서로 가장 예쁘고 잘생긴 모습으로 만나 알콩달콩 데이트한다. 물론 나이가 어린 경우가 많기에 연애의 모습이 이뻐보이기도 하다. 하지만 중년의 로맨스 또한 그것이 연애라면 여전히 달달하다. 집에 가서도 상대방을 생각하며 기분이 좋아지고, 작은 일에도 즐겁고, 때론 힘든 일이 있어도 상대방의 존재만으로 큰 힘이 된다. 맛있는 음식을 찾게 될 때, 좋은 산책길을 발견할 때, 재미있는 영화를 보고 싶을 때 등 세상이 전부 상대방이다. 설렘을 만들어내는 유전자가 따로 있는 것일까? 나이가 어릴 때만 나오는 호르몬인가? 연애할 때의 설렘과 두근거리는 감정을 간직한다는 것은 좋은 일이며, 잘 간직하라. 나중에 필요한 때가 온다.
b. 미래다
연애 때는 상대방과 미래에 대해 자주 얘기하며 행복해한다. 같이 결혼하면 어떨까, 내가 이렇게 해줄께, 이런 일이 생기면 우린 이렇게 하자 등등 미래를 자주 설계한다. 주변의 결혼 선배들을 관찰하며, 어떻게 하면 행복한 결혼생활을 할 수 있을까 연구하며, 상상을 하곤 한다. 현실은 즐겁고, 만족스럽기에 미래를 그려나가며 다양한 결심을 하곤 한다. 고난과 어려움이 와도 그대와 함께라면 함께 견딜 수 있음에 확신한다.
c. 추상적이다
연애에 구체적이 되기란 쉽지 않다. 일단 구체적인 것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상대방의 장점이 먼저 보인다. 단점이 보이긴 하나 그리 크게 다가오지 않는다. 하지만 명심하자. 결혼하게 되면 장점은 당연한 것이 되고, 단점이 부각되기에 내가 상대방의 단점을 잘 감당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상대방의 행동과 생각 하나하나에 구체적인 상황을 적용시켜 잘 생각해봐야 한다. 어떻게든 되겠지, 앞으로 잘 할거야라는 기대가 막연하다.
2. 결혼 후 사랑이란
a. 편안함이다
말 그대로이다. 설렘은 결혼 후 1-2 년간 유지될 수있지만 그 이후로는 편안함과 무덤덤이 대부분이다. 결혼 후 1-2 년이 넘었는데도 계속 설렌다면 그건 심장병이 있거나 아주 특이한 경우라 할 수 있다. 편안함이 그럼 과연 안 좋은 것인가? 사실 그렇지는 않다. 설렘이 긴장 가운데서 주는 특별한 감정이라면 편안함은 롱런을 유지할 수 있는 좋은 장치이다. 어느 정도 편안함이 있어야 결혼이라는 마라톤을 잘 완주할 수 있다. 편안함은 육체적, 정신적 모두를 포함한다. 육체적으로 어느 정도의 긴장을 푼 채, 일상을 살아가고 정신적으로는 이 사람과 평생을 함께 한다는 정서적 안정이 동반된다. 물론 이러한 편안함이 결혼생활에 항상 긍정적인 부분만 제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결혼은 롱텀이기에 이러한 편안하고 안락함도 반드시 필요하다.
b. 현실이다
결혼 후 사랑이란 무엇일까를 생각해보면 지극히 현실적이다. 내 아이워치나 폰을 말없이 충전해주기, 유독 육아로 힘든 날은 애들 데리고 조용히 집에서 나가주기 (티를 내지 않는다. 조용히 페이드아웃), 다 쓴 치약 말없이 새 것으로 바꿔놓기, 내가 좋아하는 맥주 바닥나기 전에 채워놓기 등등 연애 때는 할 수 없는 현실적인 행동들이다. 같이 한 공간에서 생활하기에 서로 민낯, 부시시함, 굳이 알지 않아도 될 시시콜콜한 일들을 의논하고 챙기고.....연애 때 결심했던 막연했던 계획들과 나의 다짐들은 곧 현실이라는 차가운 생활 가운데 실체를 보게될 것이다. 나 자신을 꽤 괜찮은 사람으로 여겼다면 나라는 인간됨에 대해 다시 점검해 볼 시간이 될 것이다.
c. 넓은 인간관계다
결혼은 내 가족 뿐 아니라 또 다른 한 사람의 인간관계의 추가다. 시댁이라 부르는 가족들 친척들을 챙겨야하고, 상대방의 직장 동료, 친구 등 인간관계가 넓어진다. 인간관계가 넓어진 다는 것은 곧 인간관계가 복잡해지며 그 속에 갈등이 잠재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내가 원하지 않는 인간관계에 얽힌다는 것은 새로움과 설레임보다는 복잡함과 싸움의 씨앗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지혜를 발휘하거나 몸에 사리가 나오도록 참거나 본인의 성향에 맞는 솔루션을 찾아야한다. 이리 저리 끌려다니다 보면 멘탈이 털리는 경우가 많으니 중심을 잡고, 지혜롭게 행동해야한다.
결혼하면 행복해질까, 인생에서 이뤄야할 대단한 업적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지극히 현실적이며 판타지가 아니다. 어떤 특정한 나이가 되면 결혼을 해야할 것 같은 사회 분위기가 있기에 다른 사람의 기대를 만족하기 위한 결혼은 절!대!로! 안된다. 연애를 하면서 나 스스로를 잘 관찰해보고, 상대방의 단점을 감당할 수 있으며 평범하게 살고자 한다면 괜찮다. 사랑해서 결혼하지만 그 사랑 또한 형태가 바뀐다는 것을 기억하자.